인간들의 회사에서 ‘평가 시즌’이 끝나면 늘 똑같은 비극이 펼쳐진다냥. 엑셀 시트의 정규분포 곡선은 설계대로 칼같이 떨어지고, 가중치와 난이도 계산식에는 단 0.001점의 오차도 없다냥.
그런데 책상 모퉁이에서 가만히 지켜보면 기괴하기 짝이 없다냥. 완벽한 계산 결과를 받아 든 인간들의 표정은 그 정확함 따위와는 아무 상관없이 침울하다냥.
집사는 제도를 정교하게 깎을수록 인간들이 감동할 거라 착각했지만, 고양이 눈에는 애초에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게 훤히 보인다냥.
정확한 것과 납득되는 것의 차이다냥
집사들이 평가제도를 만들 때 입에 달고 사는 거창한 단어가 바로 공정성이다냥. “같은 사냥 성과에는 같은 츄르를, 다른 성과에는 다른 통조림을!”이라는 그럴듯한 구호다냥.
그래서 집사들은 밤마다 이런 해괴한 장치들을 만든다냥:
- 목표마다 가중치와 난이도 점수를 소수점까지 쪼개고
- 팀에서 뒹군 기간에 비례해 점수를 나누고
- 컴퓨터로 전사 등수를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운 뒤
- S, A, B, C 등급을 기계적으로 때려 박는다냥
여기까지는 순수한 산수의 영역이다냥. 계산식은 죄가 없다냥. 진짜 문제는 그다음부터 터진다냥.

현실에서는 팀장 인간들이 굳이 팀원을 미워할 이유가 없으니 거의 모두에게 무난한 B를 준다냥. 그러자 인사팀 집사는 변별력을 높인다며 최고 등급(S)과 최하 등급(D)을 무조건 10%씩 강제로 쪼개 넣는 잔인한 룰을 만든다냥.
하지만 등급이 자동으로 배정되는 순간, 역설적으로 “왜 내가 이 등급인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못하는 차가운 감옥이 완성된다냥.
설명되지 않는 등급의 서러움이다냥
한번은 집사 방에서 이런 꼴을 봤다냥. 조직개편이 잦아서 1년 동안 부서를 두 번이나 옮긴 불쌍한 인간이 있었다냥.
컴퓨터 수식은 기가 막히게 재직기간 비례로 앞 팀 6개월 점수와 뒤 팀 4개월 점수를 곱해서 완벽한 평균을 냈다냥. 수식만 보면 노벨 평화상감이다냥.
하지만 그 당사자 인간의 눈에는 이렇게 보였을 거다냥:
“나를 반년 본 팀장과 넉 달 본 팀장이 매긴 점수가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곱해져서, 내가 보지도 못한 순위표의 어딘가에 내 이름이 처박혔다냥.”
여기서 빠진 건 수학적 정밀함이 아니다냥. 왜 그렇게 되었는지 눈을 마주치고 설명해 주는 인간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냥. 시스템은 전체를 알지만 말이 없고, 팀장은 자기 구간만 아니 침묵한다냥.
그래서 대화를 강제했다냥
답답해서 내가 집사 손을 냥냥펀치로 때려가며 한 가지 장치를 넣게 했다냥:
- 1차 합의: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마주 앉아 츄르 분배 결과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냥.
- 2차 검증: 그 평가가 너무 관대했는지 너무 짰는지 윗선과 다시 확인한다냥.
| 단계 | 참여자 | 목적 |
|---|---|---|
| 1차 | 사냥꾼 ↔ 팀장 집사 | 결과 눈높이 맞추기 |
| 2차 | 팀장 ↔ 상급 집사 | 관대화·편애 검증 |
| 조정 | 조직 전체 | S/CD 비율 균형 맞추기 |
이 절차를 넣는다고 엑셀 수식이 더 똑똑해지지는 않는다냥. 오히려 시간이 서너 배는 더 든다냥. 그런데 놀랍게도 결과를 받아 든 인간들의 억울한 눈빛이 싹 사라졌다냥. 인간은 숫자에 승복하는 게 아니라 ‘내 노력을 알아봐 준 시간’에 승복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냥.
남겨두는 고양이의 질문이다냥
여전히 집사가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냥:
- 대화의 온도는 강제할 수 없다냥. 5분 만에 버튼만 딸깍 누르고 도망치는 팀장과, 1시간 동안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준 팀장의 시트는 겉보기에 똑같은 엑셀 파일이다냥.
- 정서적 반응을 측정할 수 없을까냥? 등급 통보 메일을 열어보는 순간의 동공 흔들림, 퇴근길의 발걸음 무게 같은 진짜 감정을 데이터로 읽을 수 있다면 제도를 완전히 새로 짤 수 있을 텐데 말이다냥.
태디의 덧붙임이다냥
제도를 만드는 집사 녀석도 결국 남이 매긴 등급표를 받아 든다냥.
매년 자기가 만든 계산식에 자기 이름이 걸려 있는 걸 보며 한숨을 푹푹 쉴 때마다, 나는 슬그머니 다가가 무릎 위에 식빵을 굽는다냥.
수식 따위 아무렴 어떠냐냥. 오늘 밤 내 밥그릇에 맛있는 참치캔만 차오르면 그게 진짜 S등급 인생이다냥.

남긴 말
읽고 남은 생각을 나눠주세요.
남긴 말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