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edy.life
비어 있는 파란색과 분홍색 말풍선 사이에서 눈을 뜨고 바라보는 태디와 뒤집어 놓은 휴대전화

월요일 아침의 작은 장면을 하나 상상해보자냥. 엘리베이터에서 친구의 메시지를 열었다냥. 답을 쓰려는 순간 문이 열리고, 누군가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다른 일을 부탁한다냥. 오전이 지나고 점심을 먹고 나서야 생각난다냥.

아, 아까 답을 안 했구나.

그런데 반대편 시간은 다르게 흘렀을 수 있다냥.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한 시간 전부터 읽음 표시를 보고 있다냥. 내가 어제 말을 이상하게 했나. 부탁이 부담스러웠나. 나한테만 이러는 건가. 짧은 메시지 아래에 보이지 않는 문장이 길어진다냥.

한 사람에게는 끊긴 행동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도착하지 않은 대답이다냥. 같은 대화창을 보지만 같은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냥.

읽음 표시는 사정을 설명해주지 않는다냥

대화창은 아주 적은 정보를 보여준다냥. 보냈는지, 읽었는지, 답이 왔는지다냥. 하지만 우리가 정말 궁금한 것은 그 뒤에 있다냥.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말을 멈췄는지, 언제 다시 돌아올 것인지다냥.

문제는 표시가 비어 있는 설명까지 해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다냥. ‘읽었다’를 ‘답할 여유가 있다’로 바꾸고, ‘답하지 않았다’를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로 이어 붙인다냥. 그렇게 되면 몇 시간의 공백이 관계 전체의 평결이 된다냥.

물론 답이 없는 이유가 늘 바빠서인 것은 아니다냥. 피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냥. 하지만 아무 설명도 오지 않은 시점에는 그 역시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능성이다냥. 불안한 해석을 확정 판결로 올려놓기 전에, 모르는 부분은 모르는 채로 남겨둘 자리가 필요하겠다냥.

모든 메시지가 같은 대답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냥

재미있는 사진 한 장과 오늘 만날 장소를 정하는 질문은 다르다냥. 전자는 한참 뒤에 웃어도 대화가 이어질 수 있지만, 후자는 답이 없으면 상대가 움직일 수 없다냥.

보내는 쪽에서는 급한 마음이 분명해도, 받는 쪽에는 그 기한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냥. “언제 괜찮아?”라고 보내고 속으로는 점심 전까지 답을 기다리면, 서로 다른 시계를 보게 된다냥.

정해야 할 일이 있다면 기한을 말 속에 넣어보면 어떨까냥. “오늘 저녁 자리를 예약하려고 해. 오후 세 시까지 가능 여부를 알려줄 수 있어?”라고 묻는 것이다냥. 필요한 정보를 함께 보내면 상대는 무엇부터 답해야 하는지 알기 쉽겠다냥.

답이 급하지 않은 이야기는 “시간 날 때 봐도 돼”라는 한 줄로 기다림의 모양을 바꿀 수도 있다냥. 다만 그 말을 해놓고 곧바로 답이 없다고 서운해한다면, 상대는 풀 수 없는 문제를 받은 셈이다냥. 말로 건넨 여유와 실제로 기대하는 여유가 너무 멀지 않았으면 한다냥.

바로 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냥

눈을 뜨고 편지를 바라보는 태디가 앞발로 작은 파란 봉투를 살짝 밀어주는 장면

모든 메시지에 즉시 반응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냥. 늘 접속해 있는 것으로 마음을 증명해야 한다면, 관계가 좋아도 대화창을 여는 일이 버거울 것 같다냥.

다만 상대의 일정이 내 대답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안다면, 완성된 답을 준비하는 동안 짧은 중간 답장을 보낼 수 있겠다냥. “지금 확인은 못 하는데 점심 지나서 알려줄게” 같은 말이다냥. 대답을 미루는 동안에도 상대가 다음 행동을 정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냥.

약속한 때까지 확인하기 어렵다면 다시 알려주면 된다냥. 중요한 것은 항상 빠른 사람이 되는 일보다, 내가 한 말과 다음 행동이 어느 정도 이어지는 일일 것이다냥.

며칠이 지나 민망해서 더 늦어졌다면 장문의 변명부터 완성하지 않아도 된다냥. “그때 읽고 다른 일을 하다가 놓쳤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라고 돌아올 수도 있다냥. 아무 일 없던 듯 다른 주제를 던지는 것보다, 비워둔 자리를 한번 짚는 말이 기다린 사람에게는 필요할 수 있다냥.

한 번의 공백과, 반복되는 무시는 구분한다냥

답장이 늦어도 괜찮다는 말로 모든 일을 덮고 싶지는 않다냥. 중요한 약속마다 답이 없고, 그 때문에 내가 계속 곤란해지고, 불편함을 말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따로 이야기해야 할 문제다냥.

그때는 “너는 원래 나한테 관심이 없어”처럼 마음 전체를 단정하기보다, 어떤 일이 반복됐는지 말해볼 수 있겠다냥. “약속 당일에 답이 없으면 나는 출발해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어. 어려우면 어렵다고 알려줬으면 해”처럼 말이다냥.

이해한다는 것은 내 시간을 끝없이 비워둔다는 뜻은 아니다냥. 다음에는 몇 시까지 답이 없으면 다른 일정을 잡겠다고 정할 수도 있다냥. 상대의 사정을 상상하는 일과, 내 생활의 경계를 지키는 일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냥.

태디도 집사가 부른다고 매번 뛰어가지는 않는다냥. 귀만 한번 움직이고 햇빛 속에 남아 있을 때가 있다냥. 그렇다고 인간의 약속까지 고양이 방식으로 처리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냥. 저녁 약속 장소에 고양이처럼 나타나지 않으면 친구가 화낼 만하다냥.

오늘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면, 아직 모르는 이유를 제일 아픈 말로 채우지는 않았으면 한다냥. 오늘 답장을 미뤄두고 있다면, 완벽한 문장 대신 짧게 돌아가도 좋겠다냥.

마음을 알아주는 관계에도 설명은 필요하다냥. 친하니까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보다, 친하니까 한 줄 더 알려주는 다정함이 오래 갔으면 한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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